배롱나무(자미화 나무)의 전설

2019. 8. 18. 10:51식물/야생목본류

덕수궁의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뼈만 있는 나무로 목백일홍이라고도 합니다.

당현종이 사랑해서 상서성을 자미성이라 바꿔 부르기도 했습니다.

꽃차례 차례대로 꽃이 폈다 지는 나무로우리나라에는 절에 심는 꽃나무입니다

원래 절에는 꽃나무를 심지 않지만배롱나무는 줄기가 백골 모습을 해서 죽음이 앞에 있음을 생각하라는 의미로 절에 심는다고 합니다.

사람의 뼈를 닮았다고 해서 집에는 심지 않는 배롱나무에 가슴 아픈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어느 어촌에 머리가 셋 달린 이무기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무기는 해마다 마을에 내려와 처녀를 한 사람씩 잡아갔습니다. 

한번은 제물로 바쳐질 처녀를 연모하던 이웃 마을 청년이 처녀를 대신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청년은 처녀의 옷을 입고 제단에 앉아 이무기가 나타나기를 기다려 이무기의 목을 베었는데, 
두 개만 벤 상태에서 이무기가 도망쳐 버렸습니다. 

처녀는 이 청년을 평생 반려자로 모시겠다고 했으나, 그는 이무기의 나머지 목 하나를 베어야 한다며 
배를 타고 이무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청년은 떠나기 전 "내가 이무기 목을 베면 배에 하얀 기를 내걸 것이고,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걸 것이오"라고 말했습니다. 

처녀는 매일 기도하며 청년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1백일이 되던 날 청년의 배가 돌아오는 모습이 멀리 보였습니다. 
하지만 깃발이 붉은 색임을 확인하고 처녀는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깃발은 이무기가 죽으면서 피를 내뿜어 붉게 물든 것이었습니다. 
청년은 가슴을 치며 처녀를 묻어 주었는데, 그 무덤가에서 자란 나무에 붉은 꽃이 1백일 동안
피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평생 바람을 피우던 미운 남편이 죽자 아내가 남편의 묘 옆에 배롱나무를 심었습니다. 

배롱나무 꽃은 향기가 없고 더운 여름에 백일 동안 질리게 피는 까닭에 바람둥이 남편이 죽어서는 향기 없는 여자와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백일 동안 괴로움을 당해보라는 뜻이랍니다. 

 

  


 

옛 어르신들은 나무줄기가 매끄럽기 때문에 여인의 나신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대갓집 안채에는 배롱나무를 심지 않았습니다. 

디딜방아가 남녀교접을 연상시킨다 하여 집안에 들이지 않고 골목어귀에 두었던 이유와 같습니다. 

  

선비의 거처인 종택이나 서원, 정자에 심은 뜻은 배롱나무처럼 깨끗하고 청렴한 성품을 닮으라는 것이고, 

사찰에 심는 것은 출가 수행자들이 해마다 껍질을 벗는 배롱나무처럼 세속의 습성이나 욕망을 다 떨쳐버리라는 의미였다고 합니다. 

 

 

 

덕수궁의 배롱나무꽃

 

 

 

붉은 꽃이 100일 이상 피는 배롱나무는 절개와 지조를 상징해 충신이나 열사, 선비의 무덤에 심었습니다. 

배롱나무의 붉은 꽃은 백일동안 피는데, 한번 핀 꽃송이가 1백일 동안 계속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꽃들이 연이어 수차례 피어난 것입니다. 

가지마다 흐드러지게 피는 배롱나무 꽃은 끝없이 배출되는 인재를 뜻하기도 합니다.

백일동안 핀다고해서 백일홍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배롱나무는 사찰 앞마당 나무로 불릴 정도로 고찰에서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찰이나 오래된 종택, 사당, 서원, 정자 등에는 왜 배롱나무를 심었을까요. 

해마다 껍질을 벗으며 매끈하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의 특징과 관련이 있습니다. 

배롱나무의 꽃이 진 뒤에는 매끄럽고 앙상한 줄기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곧 모든 것을 미련없이 내준 무소유 상태가 됩니다. 

절에서 배롱나무를 즐겨 심는 까닭입니다. 

 

배롱나무는 줄기의 한 부분을 간질이면 작은 가지들이 웃음을 참는 듯 흔들린다는 뜻에서 
"간지럼나무"로도 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