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맞은 참나무와 대추나무가 신성한 까닭은?

2022. 6. 1. 15:44구역/사진과글들

이 글은  조계사 가피 2022년 6월호에 실린 서재영 (성균관대 초빙교수)님의 글을 옮겨 왔습니다.

 

 

참나무와 겨우살이

 

 

 

영국의 민속학자이자 신화학자인 프레이저(J.G.Frazer)는 그의 저서 「황금가지」에서 태양을 신성한 존재로 믿어왔던 풍습에 주묵했다. 그 중 하나는 하지에 겨우살이를 채취해 말린 뒤 축사에 걸어 두는 북유럽의 풍습이다. 하지에 채취한 겨우살이를 햇빛에 말리면 황금색을 띄기 때문에 이를 '황금가지(Golden bough)라고 부른다. 황금가지를 축사에 걸어두면 트롤(troll)이나 악귀들로부터 가축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럼 왜 하고 많은 나무 중에 겨우살이일까? 프레이저에 따르면 겨우살이는 주로 참나무에 서식하는 기생식물인데 참나무는 벼락을 많이 맞는 나무다. 고대로부터 벼락은 신의 계시나 신성한 하늘의 메시지로 여겼다. 번개를 신성한 이미지로 보는 것은 불교더 마찬가지다. 일례로 현장법사가 번역한 「금강경」의 제목 맨 앞에는 '능단'이라는 수식어가 붙어ㅓ 있다.이는 '바즈라체디카'를 번역한 것인데, '번개'와 '자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번개의 날가로운 빛이 순식간에 어둠을 가르고 세상을 환히 밝히는 것처럼 반야의 지혜도 번뇌를 단번에 끊어 버림을 상징하는 말이다.

 

아무튼 참나무는 번개의 신성함을 온 몸으로 세례받은 존재로 보았고, 그런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도 신성한 힘을 지녔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황금빛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태양의 방사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하지는 1년 중 태양의 방사물이 가장 많이 쏟아지는 날이자 어둠이  가장 쇠약한 날이다. 그런 날 채취해 말린 겨우살이는 황금빛의 신성한 기운이 응축된 부척처럼 여겨졌고, 축사에 걸어두면 어둠의 세력과 악귀르 막아낸다고 보았다.

마치 우리가 동짓날 어둠을 물리치기위해 붉은 팥죽을 쑤어 먹고 뿌리는 것과 유사하다. 엄청난 빛을 가진 벼락과 태양 등을 신성한 것으로 보았기에 우리도 벼락 맞은 나무를 신성시 했다.

 

 

 

 

대추나무(벽조목)

 

 

 

불자들이 벽조목 염주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이치라고 할 수 있다. 벽조목이란 벼락 맞은 대추나무를 말하는데 신성한 빛의 세례를 받은 나무 자체를 신성하게  본 것이다.

 

 

 

 

참나무의 종류

 

 

 

조계사 가피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