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7. 15:34ㆍ식물/해외원예종
내가 숲을 찾는 이유는 세 가지 소리 때문이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이 세 가지 소리가 없는 식물들이 오직 인간의 눈을 위해 가꾸어져 있는 곳이 정원이다.
새의 지저귐 대신 사람들의 재잘거림, 물소리 대신 음악이 흐르며, 바람소리는 없는 정원,
야외가 아닌 돔 속의 정원 싱가포르의 가든스바이더베이를 여행했다.
거대한 인공구조물과 어우러져 식재되어 있는 수천 종의 다양한 식물들이 눈을 호강 시켜 주고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자연 속 숲에서는 생태계 질서에 따라 종들이 어우러져 살아가지만,
정원에서는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는 종임에도 사람의 힘으로 이웃이 되어 있다.
만약 어떠한 일로 관리를 하지 못하게 되면 정원 속의 식물은 모두 죽고 말것이다.
스스로 생존하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밤에 열리는 슈퍼트리 빛의 쇼를 보면서 정원 안의 나무들은 얼마나 고통이 클까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식물도 밤에는 잠을 자야 하는데 밤새도록 켜져 있는 조명을 보면서 불면으로 밤을 지새는 식물의
처지가 안스럽게 느껴진다.
원색으로 예쁘게 피었지만 곤충 한 마리 없는 꽃들을 보며 구중궁궐 속 여인들을 생각했다.
꽃과 나비가 있어 꽃가루받이를 해 주고 씨를 맺는 자연의 순리를 모른 채, 정원 속의 꽃들은
주는 대로 먹고 꽃을 피워 인간의 생존에 보탬이 될 뿐이다.
그러다 죽으면 뽑혀서 내버려지고 다른 종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
식물은 곤충과 새 그리고 물과 바람의 힘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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