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9. 10:31ㆍ구역/여의도생태
때는 조선 후기, 소금배와 젓갈배로 성시를 이루던 마포나루에는 매일 지방에서 올라오는 소금을 보관하는 창고가 많았는데 이 창고에서 일하는 황득업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고된 노동에 넉넉지 않은 품삯을 받으면서도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동네 잔칫집이라면 빠지지 않고 가서 부인과 딸까지 배불리 먹이고는 기어코 음식까지 싸달라고 소란을 피우던 그를 마을 사람들은 ‘황노랭이’라고 불렀다. 부인이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을 때에도 약값이 아까워 치료를 미루다가 결국 세상 뜨는 걸 속절없이 바라만 보았다.
그런 와중에도 황득업은 소금창고 일을 쉬는 법이 없었고 틈틈이 새우젓도 담갔다. 한양에서 새우젓 하면 마포나루인데, 홍수가 나 젓갈배가 끊기면 그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것을 보고 새우젓을 담그기 시작한 황 씨는 이제나저제나 홍수가 나기만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마포나루에는 몇 개월 후 큰 물난리가 났다. 젓갈배가 못 들어와 시장에 새우젓이 바닥나자 그는 무릎을 치며 비싼 값에 젓갈을 팔아 목돈을 만지게 되었다.
황득업이 일하는 소금창고의 주인은 마을에서 소문난 호색한으로 주색잡기에 빠져 재산을 모두 탕진하기에 이르렀다. 급전이 필요했던 주인은 황 씨가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에게 돈을 꾸기 시작했다. 빚은 점차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주인은 결국 소금창고를 황 씨에게 넘기고 말았다.
돈놀이로 소금창고까지 인수하며 톡톡히 재미를 본 황득업은 본격적으로 고리 대금업에 뛰어들었다. 흉년과 기근으로 그에게 돈을 빌렸던 마을 사람들은 산더미같이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길바닥에 나앉았다. 마을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했지만, 황 부자는 나날이 쌓여가는 재산에 콧바람이 절로 났다. 그러던 중 마을에는 곤경에 처한 집에 몰래 돈을 던져두고 가는 의인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관가에서도 애를 썼지만 찾을 수 없었던 그 의인을 두고 사람들은 홍길동이 나타났다며 좋아했지만, 이자를 더 못 받게 된 황씨에겐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황득업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포졸들에게 잡혀 포도청으로 끌려갔다. 그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채근에 시달리던 재 너머 공 씨가 목을 맨 것이다. 황 부자의 형이 집행되는 날, 마을 사람들은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세라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형틀에 묶인 황 씨의 볼기에 곤장을 내려치려는 순간, 사람들을 헤치며 급히 뛰어들어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황득업의 딸이었다.
“사또 나리! 나리께서 찾으시던 홍길동이 바로 접니다. 저기 묶인 제 아비의 돈을 빼돌려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였으니 돈을 옮긴 것은 저지만 정작 사람을 구한 것은 제 아비가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깜짝 놀랐고 황득업은 충격으로 넋이 나갔다. 사또는 그간 딸이 베푼 선행을 살펴 황 씨를 풀어주었다. 이 사건으로 비로소 자신의 지나친 욕심을 깨달은 황 부자는 전 재산을 들여 마을의 둑을 쌓아 홍수를 막아냈고 마을의 존경을 얻어 대대로 더 큰 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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